부동산

‘탈법’과 ‘부동산재테크’의 사이

고호산적 2011. 12. 2. 17:25

‘탈법’과 ‘부동산재테크’의 사이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유형은 다양하다. 개발입지를 미리 선점한 후 후발주자에게 매도하면서 차익을 남기는 유형이 대표적이다. 부동산투자자들이 대부분 여기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자를 불로소득자 또는 실수요자의 토지매입가격을 올려서 사업원가를 인상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부자아빠는 간절히 되고 싶은 대상이면서도 겉으로는 비난의 대상인지도 모르겠다. 부자아빠는 늘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최근 보기 드문 유형이 있어서 소개한다. 공익적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도 보인다. 물론 실제 당사자는 처음부터 기획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
미개발지 구역인 광산구 수완동 일부 구역에 20여 년 전 엘피지가스주유소를 오픈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에도 엘피지가스주유소는 위험성이 높아서 대체로 주거지역에서 먼 곳에 위치했다. 상대적으로 토지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그런데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유소 토지 1,500여 평 중에 정작 본인 소유 토지는 약 500여 평에 불과하고, 그 2배에 달하는 나머지 1,000여 평은 국가 토지를 무상으로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재테크 측면에서 매우 탁월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토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그 중에 본인 토지라 하더라도 건물을 짓는 등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상 도로에 접해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본인 토지가 공부상 도로에 접하지 못했을 때, 본인 토지와 도로 사이에 구거(논에 물을 대기 위한 고랑)가 있는 경우, 그 구거 점용을 허가받아서 주유소 등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 소유인 구거는 공시지가가 매우 낮아서 그 임차료도 시장가격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다. 더구나 최초 점용허가 시에 10년 임차료를 미리 받은 후, 그 이후에는 무상으로 재연장 계약을 해주고 있다.
우리지역 내 상당히 많은 구거는 현실적으로 도로로 이용되고 있어서 그 구거(도로)를 통해서 안쪽으로 들어가는 토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미리 구거 점용허가를 받은 사람의 승낙을 얻어야 개발행위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입구에서 이미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서 이미 개발한 사람은 일정기간 이후에는 무상으로 국가 소유 토지를 사용하면서도 그 안쪽에서 개발하려고 하는 토지소유자들에게 이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국가 소유 토지인 구거는 성격상 개인 소유 토지와 달라서 그 관리주체(구청 또는 농어촌공사)가 있기는 하지만 개인 소유에 비해서 관리가 느슨한 것이 사실이다. 진입도로로 점용허가를 받은 구거 안에서는 공작물을 설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차장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등 또 다른 수익원을 창출하기도 한다.
일부 천수답을 제외하고, 농지 중 답(畓)은 국가소유 토지인 구거를 접하고 있다. 그런데 도시지역 내 특정구역은 이미 논의 기능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토지를 매매할 때 인접토지를 자세히 봐야 한다.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거나 구거의 면적이 넓어서 활용도가 크거나 사실상 관통하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어서 그 입구에 해당하는 등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례도 무수히 많다. 도로가 신설되면서 기존 도로로 사용되던 짜투리 토지를 인접소유자가 점유하여 주차장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일반적이다.
물론 당위성 측면에서 보면, 특정 국가소유토지를 무상으로 독점사용하게 하면서도 후발 개발자에게 사용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방치하거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 토지위에 공작물 등을 설치하여 새로운 수익사업을 하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탈법과 재테크는 늘 아슬아슬한 간발의 차이였다.

 

2011.12.2